[국토종주] 새재 자전거길 자전거_종주


작년(2012년)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절반 밖에 못 타고 종결하지 못 한 국토종주를 다시 시작했다. 작년 무모한 진행으로 여러가지 교훈을 얻고 집 자전거는 대구에서 버린 후, 자전거 타기 좋은 봄이 오자 작년에 맛 본 자전거 여행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결국 자전거를 새로 사기로 하고, 여러 모델을 두고 고심을 했으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저렴한 브랜드의 하이브리드로 결정했다. 출퇴근용으로 쓰면, 본전 금방 뽑는다는 명분을 세웠지만 실제로는 튜닝 비용에, 종주 여행비로 지출이 많이 커지게 된다. 
내 키에는 프레임 사이즈가 520mm 이상이 적당한데, 해당 회사 인터넷 사이트에 제품 라인업에는 있으나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480mm 밖에 없어, 할 수 없이 자전거에 몸을 맞추는 것으로 타협. ㅡㅡㅋ 사람은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평상시 내 철학이므로. 
이후 이런 생각으로 구매한 자전거에 몸을 맞추는 데에 상당한 고생과 부품 교체에 거의 자전거 가격 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전문 샵에서 자신의 몸에 맞는 자전거를 사서 피팅까지 맞추는 것을 권한다. 그렇다고 내가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자전거를 보면 부러움에 저절로 입에서 침이 줄줄 흘러 나오지만, 난 분수를 아는 교양있는 사람이니까 절제할 수 밖에 없는 가난뱅이니까. 하나하나 부품을 바꾸고 몸을 맞추는 과정에서 몹시 정이 들었다. 아직도 이런 논리로 멋진 MTB와 잘 빠진 Road 자전거를 보면서 자위를 하며 다닌다. 가끔 중학생 등하교용으로 주로 쓰이는 내 자전거를 숨기고 싶을 때도 있다. 상상속에서는 '엽기적인 그녀'의 소나무 밑에서 "나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인가봐~"를 외치고 있다.

여튼 자전거를 사자말자 작년에 중단한 지점인 충주 조정지댐 바로 다음 인증부스인 충주댐으로 갔다. 지금(2018년)은 충주댐 공사로 인해 인증부스 위치가 많이 아래 지점으로 임시로 이동해 있지만, 당시에는 충주댐 정상에 있었다. 모든 댐은 타고 올라가기 어려운 정도의 오르막길을 동반한다.

충주댐 호랑이 벽화 - 맨 왼쪽 호랑이 머리부터 찾으면 알아보기 쉽다. 오르막길 중간 정도에서 보면 보인다. 
고압의 물로 벽면의 검은 물때를 선택적으로 벗겨내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언젠가 뉴스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누구의 생각인지 좋은 볼거리와 얘기 거리를 남긴 좋은 아이디어로 생각된다.

충주탄금대앞 남한강과 달천의 합수부 - 더운 날씨와 뻔할 것 같은 풍경으로 탄금대를 올라간 적은 없다.
이전 글에서도 적었지만, 충주댐 인증부스를 건너 뛸 경우에는 종주 코스가 아닌 중앙탑을 지나는 경로를 권한다. 일부러 가볼 만큼 경치가 좋은 경로이다.

이후 조용한 지방도를 경유하는 달리는 맛이 나는 구간으로 이어지고, 국토종주 구간 중 기억이 남을 만한 수주팔봉에 다다르게 된다. 수주팔봉은 돌아 내려오는 물길을 바꿔 농경지를 확보하기 위해 수주팔봉의 일부 봉오리를 부셔(아마 폭파했을 듯) 인공적인 폭포가 생긴 곳이다. 봉오리가 몇개 없어졌으니 八봉은 아니겠지만, 여전히 수주팔봉으로 명명되어 있다. 여름에는 안전 요원이 상주하여 물놀이 장소로도 운영되고 뒷편에 글램핑장도 있지만, 물놀이 하기에는 물살이 좀 센편이다. 수질도 아주 투명한 정도는 아니지만, 폭포를 보며 발 담그고 땡볕에서 응? 쉬어가기에는 좋은 곳이다.

수주팔봉

이후 여전히 달리기 좋은 구간을 지나 비교적 타고 넘을 만한 소조령을 만나게 되고, 이후 악명 높은 이화령에 다다른다. 이화령은 급경사는 아니지만 은근한 경사가 약 5km 가량 이어져 있어 쉬지않고 타고 오르기에는 힘들지만 중간 중간 쉼터에서 쉬면서 올라가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 물론 한 여름 뙤약볕 아래라면 얘기가 다르다. 쉬지 않고 오르는 것에 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난 중장거리를 갈 때는 항상 체력 안배를 위해 라는 핑계를 대며 오르막에서 가급적 자전거를 끌고 걸어 올라간다.

이화령 정상에서 바라 본 문경 방면
이화령에서 자전거로 내 닫는 내리막 길은 평생 한 번은 꼭 해봐야 할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소름 돋는 상쾌한 바람과 그 바람에 묻어오는 온 몸을 관통하는 짙은 숲 내음. 여전히 그 때의 느낌이 생생하다. 아마도 평생 그 몇분을 잊지 못 하고 그리워할 것 같다. 돌이켜 보면, 무모하게 속도를 별로 줄이지 않고 내려갔는데, 운이 좋아서 무사했던 것 같다. 타이어가 터졌거나, 브레이크가 밀렸거나 도로위 흙에 미끄러졌다면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다. 적당히 속도를 줄여가며 내려가기를 권한다.
하나의 팁을 공유하자면, 바람의 방향이 여름에 남풍이므로 긴 구간의 종주를 한다면 문경에서 충주 방향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겠지만,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짧은 구간을 계획한다면 충주에서 문경 방향으로 넘어가는 것을 권한다. 오르막이야 저속으로 올라가므로 도로 상태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지만, 내리막은 상대적으로 고속으로 내려가므로 이화령에서 충주로 내려가는 내리막의 도로상태가 몹시 불량하여 사고의 위험이 높다. 지금이야 보수가 되었을 수도 있지만 몇년에 걸쳐 여러 번을 갈 때마다 동일한 상태였으므로 아직도 그 상태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늦가을 부터 이른 봄까지는 이화령에서 문경 방향을 주의해야 한다. 이 구간이 대체로 산 그늘에 해당하여 낙엽이나 덜 녹은 눈, 얇게 얼어붙은 도로 때문에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같이 한 경험을 함께 추억하는 것도 좋지만, 혼자하는 여행의 장점도 많다. 여정은 감각으로 문신처럼 기억에 새겨지고, 마치 혼자만의 비밀처럼 미소짓게 된다. 마침 그때 그곳을 지나며 들었던 새소리, 그때 그곳에서만 볼 수 있었을 햇살, 같은 음악이어도 그때 그곳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멜로디.

이화령을 내려와서 문경불정역을 지나 점촌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경로에 있는 영강 변의 자전거길은 북한강, 섬진강 만큼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자전거 길이다. 이로써 아침에 출발하여 충주에서 이화령을 넘어 점촌버스터미널에서 다시 서울로 복귀하는 당일 일정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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