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자전거길 종주 - 시작만 (대청댐~공주보)


금강 자전거길 종주에 도전하기로 했다.
사실 도전이라기 보다는 금강 자전거길을 이용하여 그 경로를 여행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나는 처음부터 종주 자체를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쓰고자 했던 버킷리스트의 대리만족의 취지에서 여행의 도구로 자전거를 사용하고, 그 경로를 인증 코스 중심으로 하며, 어차피 인증 코스 위주로 타니까 덤으로 인증도 하겠다 뭐 이런 관점이었다. 따라서 종주가 목적이나 목표가 되지는 않았다. ( [국토종주] 국토종주의 시작 - 아라뱃길 ) 원래 핑계를 댈 때는 말이 길어 진다.
여행의 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은 하면 할 수록 느끼는 것이, 자동차는 이동하면서 주변 경관을 감상하기 어렵다. 너무 빨라 지나치기 쉽고, 좋아 보이는 곳이 있어도 즉각적으로 멈춰서기가 어렵다. 또한 드라이브 보다는 목적지를 두고 움직이므로 풍경 감상이라고는 1도 기대할 수 없는 고속도로를 주로 이용하게 된다. 즉, 과정은 건너뛰고 목적지만 지향하는 결과 중심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도보 여행은 어떤가? 도보 여행은 너무 정적이고 이동할 수 있는 반경이 너무 좁아진다. 반면, 자전거 여행은 적당히 동적이고, 멈춰서고 싶으면 언제든 멈춰서서 경치를 감상할 수 있고, 자동차보다야 느리지만 4대강을 기준으로 하면 거의 하루 코스로 움직일만 하며, 특히 자동차로는 접근할 수 없는 도보나 자전거만이 접근해서 감상할 수 있는 경관들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경치 구경이 필요없는 구간에서는 자동차 운전에 비해 신경을 훨씬 덜 쓰면서 기계적인 행위만 하면 되기 때문에 충분한 사색이 가능하다는 장점까지 있다. 도보 여행을 그렇게 길게 하다가는 사색이 지나쳐 아마 사유의 심연까지 가라 앉아 우울증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나의 자전거 여행 예찬이고, 다시 금강 자전거길 종주를 떠난 얘기로 돌아가면 이쪽 지역으로는 태어나서 가 본 적이 없는 곳이고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코스라서 다른 곳보다 먼저 계획하게 되었다.
문제는 전날의 폭음이었다. 일단 출발 시간부터 늦었고 숙취와 공복이 겹친 상태에서 대청댐의 오르막부터 힘겨웠다.

대전 대청댐 - 팔당호, 충주호에 비해 유난히 평화롭게 느껴졌다. 이유는 모르겠다.

금강 자전거길 - 세종보 인근으로 기억한다. 금강 자전거길은 대체로 직선 구간이 많았다.
  
공주 공산성 - 태어나서 처음 와본 곳. 공주에는 무령왕릉 등 유적지가 많은데, 난 이런 것에는 별 관심이 가지 않는다. 관심이 없어 학창시절 국사 과목이 싫었던 것인지, 국사 과목이 싫어 관심이 없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전날 폭음으로 인한 숙취에 폭염까지 겹쳐, 이 곳을 지나 공주보 인증 부스까지 겨우 진행했다. 더 이상 진행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되돌려서 다시 공산성을 지나 공주버스터미널 앞에서 컵라면과 아이스크림, 콜라까지 폭풍 흡입하여 허기를 달램과 동시에 더위를 식히고 바로 서울로 돌아왔다. 공주보는 다음에 다시 왔을 때 공주보부터 시작하리라 생각하고 사진도 찍지 않고 돌아왔다. 공산성을 지나 공주보로 갈 때 약간의 오르막 경사가 있는데 그 곳을 지나면서, 나는 여행을 하는 것이지 고행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극기 훈련이나 종주 인증을 하겠다는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괴로움을 느끼는 여정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자문이 들었고, 그래서 바로 돌아왔다. 이날 이후로는 이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자전거로 종주를 하다가도 힘들면 언제든 쉬고, 재미없으면 바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런 마인드이다 보니 자주 쉬고, 체력이 저질이다 보니 기본 속도도 느려, 동행이 있으면 서로 보조를 맞추는 것이 더 힘들게 느껴졌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혼자 다니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되어 이전까지는 몇 번 동행도 했으나 이후로는 거의 혼자 다녔다.

이렇게 금강 자전거길 종주는 시작만 하고 끝을 내지 못한 채 돌아서게 되었다. 



by 로싸 | 2013/07/10 19:19 | 자전거_종주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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