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자전거길 종주 - 상류부 (안동댐~상주상풍교) 자전거_종주


지난 (2013년) 5월 세재 자전거길 종주에 이어 낙동강 자전거길 상류에 해당하는 문경(점촌)-상주-안동에 이르는 구간을 가고자 길을 나섰다. 이 날은 폭염경보가 내려 자전거 길에 사람이 없었다. 약 80km에 이르는 여정 중 마주친 라이더 2명을 본 것이 전부이다. 원래 많이 타는 구간이 아닌 탓도 있지만, 이 날은 폭염 경보 탓인지 길에서 사람조차 보기가 힘들었다.

문경 시민운동장 입구.
문경(점촌)은 나에게 위로와 위안의 이미지로 기억되는 도시이다. 그래서인지 늘 호감이 간다. 문경은 나름의 활기가 있다. 희한한 것이 -특정한 사건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나에게 사람이다 장소, 어떠한 시기에 대한 추억은 당시의 기억 뿐만 아니라 어떤 향기, 마음의 심연을 흐르던 감정, 색깔, 또는 어떤 노래의 멜로디 같은 것과 항상 같이 연상된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감각에 대한 것이 더 크게 차지한다.

상주시 사별면 퇴강리에 있는 낙동강 칠백리 비석 -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다.
원래 낙동강은 태백산맥에서 시작되어 안동호에 잠시 머물다가 예천군 삼강주막 인근에서 내성천과 금천을 감아 안고 이 곳 퇴강리에서 영강과 만나 1,300여리를 흘러 바다에 닿는다. 아마 영강과 만나는 이곳에서 남으로 방향을 고쳐 잡고 강폭을 넓혀 강다운 모습이 된다고 하여 700리 비석을 세운게 아닐까 한다. 이곳 사진을 찍은 직후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폭우성 소나기가 쏟아졌다. 이런 소나기 속을 달리는 것은 뜨거운 여름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희열. 속옷까지 젖고, 운동화가 물을 담은 항아리가 되어도 상쾌한 기분은 예천 이화령 내리막을 내려올 때 만큼이었다.

길을 잘못 들어 우연히 보게 된 예천군 풍양면 청운리 인근의 산자락. 낙동강 상류의 자전거길은 이정표나 바닥의 경로 표시가 미흡하여 자칫 경로를 놓질 수 있다. 실제 풍경은 장엄하고 멋졌는데,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은 그 맛이 나지 않는다. DSLR이면 좀 나으려나.

예천군 풍양면 우망리를 지나 낙동강을 다시 만나는 지점의 정자에서 쉬다가, 문득 내 자전거 이 녀석도 사진하나 찍어 줘야겠단 생각으로 누운 채로 찍어 봤다. 찍어 놓고 보고 있으니 많은 것이 보인다.
여정과 계획, 두려움과 설레임, 고통과 희열, 챙길 것과 버릴 것, 사색과 번민. 버리고자 하는 여행에서, 원치 않은 것들이 채워질 때 내 마음 속엔 또 다른 갈등과 미련이 질척거린다.
저 녀석... 흙과 모래를 뒤집어 써도 한번 씻겨 주기는 커녕 기름 한번 칠해 주지 못했는데, 그 긴 거리를 펑크 한번 나지않고 잘려줘 고맙단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후 몇년간 수천킬로미터를 타며 타이어가 닳아 교체할 때까지 펑크 한번 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장거리 갈 때 펑크에 대비하여 예비 튜브를 챙겨 다녔지만, 언제부턴가 펑크나면 중간이라도 돌아올 생각으로 갖고 다니지 않았는데, 다행히 여행 중 평크가 난 일은 없었다.

안동시 풍산면 마에솔숲유원지 맞은편 절벽. 그 규모와 경치에 압도 당했다. 물이 맑지는 않았지만, 사람도 별로 없고 물놀이 하기에는 좋은 환경인 듯. 폭염 특보 영향으로 라이더는 물론이고 사람을 마주치기도 쉽지 않았다. 뜨거운 태양 아래의 라이딩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데 ㅎㅎ

안동댐 바로 아래에 있는 월영교 - 달 그림자가 비친다는 국내 최장의 목조교. 월영교의 야경을 보려고 한달여 계획과 시도를 거듭했는데 당장 너무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급히 돌아섰다.

안동댐 제방

낙동강 자전거길 상류부는 강변과 마을길, 숲길을 다양히 경유하는 구간으로 자전거를 타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마지막 안동에 진입할 때 오르막은 걸어서도 올라가기 힘들만큼 경사도가 커서 체력이 떨어진 마지막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안동댐에서 시작하여 상주로 향하는 방향을 잡고 타는 것이 길을 찾기도 그렇고, 초반 오르막을 넘는 점에서도 더 나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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